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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SF]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2020

by danchell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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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2020

조지 클루니의 미드나이트 스카이 | 공식 예고편 | Netflix

https://www.youtube.com/watch?v=FVR5-gH-vUQ

1. 간단한 줄거리
  눈으로 덮인 곳에서 헬기가 떠다닌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그곳을 대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대피하지 않는 단 한 사람, 오거스틴. 그가 혼자 남은 곳은 최신 설비들이 구비되어 있는 기지였지만 모두가 떠난 곳은 어두컴컴하고 쓸쓸하다. 주방에서 불이 나서 가보니 그곳에는 7살 돼 보이는 아이가 숨어 있었다. 말없이 그림과 눈으로만 소통하는 아이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아이리스 꽃을 그려서 알려준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리스. 오거스틴은 병을 앓고 있어 아이를 책임질 수 없었고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샌가 아이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렸고 목성으로 떠난 탐험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돌아오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북극 기지에서는 통신이 되지 않았다. 그들과 교신하기 위해 산맥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대기가 안정적인 곳으로 아이리스와 오거스틴은 함께 움직인다. 둘은 어른과 어린아이지만 몸 아픈 어른과 강단 있는 어린아이로 흡사 동반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맞잡은 손에 의지해서 눈보라를 헤치는 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2. 감상(review)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사명을 가지고 있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이 영화는 '투모로우'의 비극적인 버전 같다. 지구에 닥친 비극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한 것일까?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라서 책에는 나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탐사선이 우주로 나간 후로 우리가 지구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 정도로 뉘앙스만 전달한다. 

  곳곳에 뿌려졌던 떡밥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올린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걸 두고 아름다운 비극이라고 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 오거스틴의 마음속에 아이의 그 무표정하면서도 내부를 관통하는 듯한 눈빛이 마지막까지 그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결말을 쓰지 않고 이 영화를 표현해내기가 힘들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잘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의 연출 또한 신선하면서도 묘한 느낌을 준다. 마치 내가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싱숭생숭한 느낌이 들었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 주연을 맡았다고 하는데 제작비도 많이 들었을 것 같고 허술하다거나 어설픈 느낌이 전혀 없다. 풍경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우주 장면은 그래비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디테일하다. 조지 클루니의 풍성하게 자란 수염 때문인지 닮긴 닮았는데 동일인물인 줄은 몰랐다. 처음 배우가 등장했을 때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긴 했지만 오거스틴 그 자체로 보일 정도로 표정에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독과 좌절이 더 눈에 보였다. 


  극적인 분위기 전환이 자주 연출되면서 깜짝 놀라는 부분이 꽤 있어서 고요한 장면이 많아도 지겹지 않았다. 우주 장면에서도 무중력 상태에서 공중을 떠다니는 피를 표현한 장면이나 탐사선 내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족과 함께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 인상 깊었다. 

  디스토피아적인 영화나 책을 볼 때마다 외적이나 내적으로 파괴적인 묘사를 훨씬 많이 봐왔기 때문에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인물들의 이중성을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관객, 시청자의 입장에서 극한의 상황이 올 것은 자명하고 이 평화가 어떻게 깨질 것인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영화는 그런 것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원작 소설의 작가는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와의 인터뷰에서 종말이 남긴 혼돈이 아닌 부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족의 부재일 수도 있고 안전의 부재나 운송수단들의 부재가 보여주는 상황 들일 수도 있다. 탐사선의 경우는 목성을 탐사하고 돌아가서 내용을 보고할 곳이 사라진 목적의 부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새로운 목적을 갱신할 수 있다. 
 북극기지에 남은 오거스틴에게도 사명이 있지만 탐사선 요원들에게도 각기 다른 삶의 목적이 있다. 피할 수 없는 비극이 닥쳤을 때 그들의 앞에는 선택지가 놓이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인생 전체를 가늠케 한다. 오거스틴은 평생을 우주를 관측하면서 살았지만 주변을 돌보지 못했다. 지구에 극한의 상황이 닥쳤을 때에도 그는 혼자 남기를 자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이 그가 가장 누군가와 이어지기를 바랐던 순간일 것이다. 

  너무 기대되거나 재밌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바로 읽거나 시청하지 않고 미뤄둔 소소한 일들을 해놓고 보기 시작하는 습관이 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동안 두근거림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보고 나서 여운에 잠기게 하는 작품을 만나면 그 시간들이 값지게 느껴진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놓치지 않고 보게 되서 다행인 영화였다. 

 

3. 참고 사이트

1) 원작 소설 작가'Lily Brooks-Dalton' 인터뷰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chireviewofbooks.com/2016/08/17/good-morning-midnight-imagines-the-world-gone-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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