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의 트롤리 딜레마,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Outside the Wire)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Outside the Wire)/2021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 공식 예고편 | Netflix
https://www.youtube.com/watch?v=qjlMdvHEPnM
1. 감상(review)
2036년, 로봇 '검프(Gumps)'와 공동 작전 중인 미국 해병대와 적군의 대치상황 속에서 드론 조종사인 하프 중위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아군 38명이 살았고 19살 군인 2명이 죽었다. 살상의 경험이 없고 하늘 위의 시점으로 전투에 참가하는 그에게 윤리위원회는 '경험에서 오는 권위'라는 원칙에 따라 그를 레오 대위의 임무에 투입 명령을 내린다. 하늘이 아닌 땅에서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하프 중위는 자신의 결정이 낳은 참상을 직접 겪게 된다.
하프 중위는 사이보그 군인인 레오 대위와 함께 적군의 핵 탈취 임무를 진행 중에 그에게 휘둘려 안전장치를 제거해버린다. 이제 핵 코드를 가진 레오 대위의 거취는 그 누구도 아닌 사이보그인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된다.
자신을 만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사이보그인 레이 대위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게 된다. 전쟁을 위해 태어난 자신이 없어져야만 평화가 찾아온다는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억제하는 제어장치를 가지고 있는 그는 AI로서 다다른 합리적인 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 인간을 이용한다. 일률적인 루틴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존재로 위험 임무에 투입되기에 어느 정도의 자율의지를 허용받은 레오 대위는 특정 상황에서 규율을 깨고 인간의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역이용해서 하프 중위를 자신에게 배정하도록 요청한다. 하프 중위는 상관의 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서 레오 대위는 하프 중위가 명령을 어기도록 유도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필요해서 선택했다는 말의 이면에 숨겨진 계획이 후반의 레오 대위의 큰 그림을 설명해준다.
테슬라의 자율 주행과 관련해서 특정 사고 상황에서 자율 주행의 AI가 탑승자와 보행자를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많다. 어떤 기준으로 AI를 설계할 것인지도 문제이고 설계된 AI가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결정을 내릴 때 과연 의도한 대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결정을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인 상황에서 생명을 저울질한다는 도덕적 비난을 감수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는 자율의지를 가지게 된 사이보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억 명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과 자신을 만든 미국을 터트려 버리려는 레오 대위는 38명을 살리기 위해서 2명을 포기한 하프 중위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을까? 그의 소명은 얼핏 보면 숭고하기까지 하지만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 보통 숭고한 정신은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그는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 죽음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생명은 저울질할 수 없다는 대전제가 그에게는 애초에 없다. 그의 존재 자체가 삶을 앗아가는 전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보아온 인간들은 그와 다를 바 없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사이보그지만 생각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그에게 생명은 가치로 환산 불가하다는 점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선택은 그의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답안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통제 밖으로 넘어선 AI의 수많은 선택지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결정을 보여주는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그럴듯해서 더욱 아찔하다.
2. 참고한 사이트
1) "누굴 죽일 것인가?"... 이 딜레마를 자율주행차에 물으면 안 되는 이유 - 인터비즈
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139672996
2) 광차문제(鑛車問題,trolley problem)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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